육교(9)
“미경이가 맞다!”
입안에서 굴려진 말이 입 밖으로 튀어나갔지만 다행히 미경은 커피포트 버턴을 누르고 있었습니다. 뚜껑을 열고 물 양을 확인하며 거실 소파 테이블 앞에 다소곳 앉아있는 내게 시선을 던졌습니다.
“부인과 함께 오시지 않으셨네요. 차수리비는 많이 나왔죠? 어떻게 그런 생각을 하셨는지, 전 덕분에 목숨을 건질 수 있었어요.”
곧 쉭쉭 거리며 물이 끓기 시작했고 미경은 믹스커피 점선을 따라 가위질을 했습니다. 그리고 찻잔을 들고 테이블 앞으로 걸어왔습니다. 잠시 동안 마산만 부두가 겹쳐져 보였습니다. 내 앞으로 밀어놓은 찻잔에서 커피향이, 단지 그녀가 갖다놓은 이유만으로 물씬 풍겨왔습니다.
“차 수리비 얼마 나왔나요?”
“운전하는 데는 아무 이상이 없기에 그대로 타고 다닙니다. 하하. 워낙 정의감에 불타는 아내의 활약이 컸죠. 그날, 무슨 일이 있었나요? 말씀을 하시고 싶지 않으면 말씀하시지 않아도 됩니다.”
미경은 잠시 망설이더니 담배를 꺼내 입에 물었습니다. 앞에 앉은 나와 눈이 마주치자 멋쩍은 표정을 지었습니다. 깊고 진하게 머금었다가 밖으로 품어져 나온 연기는 환상적으로 흩어졌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