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어포켓(29)꼬리부분 균열이라고 접수받았을 때부터 표현봉 조각가는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었다. 배합률은 맞았는지, 제대로 된 금속재료는 썼는지, 의뢰인에게 맞는 심혈은 쏟았는지, 프로다운 걱정거리로 얼굴빛이 눈에 띄게 어두웠다. 곤충생태공원에 도착했을 때 하늘이 낮게 가라앉아 있었다. 여기저기에 가족나들이로 공원이 들썩 거리고 있었다. 표현봉의 걸음을 앞서지 않고 잠자리 조각상을 마주했을 때 유월이 한 움큼씩 만져지는 것 같았다. 공원 관계자가 손가락으로 꼬리부분을 가리켰다. “보이시죠? 만든 지 일 년도 안 된 동상이 저 모양이 되었다는 건 문제점이 있다고 말할 수밖에 없잖아요.”관계자의 딱딱한 말투에서, 표현봉 조각가를 추천한 반대파라는 것을 쉽게 알 수 있었다. 가까이 다가가서 균열부분을 살폈다. 그만큼 크게 보일만큼 흠집이 많이 번지진 않았다. 가지고간 금속을 녹여 쉽게 땜방이 가능할 것 같았다. 표현봉은 몇 번 손톱부위로 긁어보다가, 손끝으로 문질러보고는 관계자를 향해 정면으로 돌아섰다. “보수는 해드립니다만 이런 상처는 미숙한 조각과정에서 생긴 게 아니라 외부의 충격에 의해 생긴 것입니다. 잘 보세요. 균열은 갈라져서 터지는 현상인데 이건 형태가 눌러져, 누가 보아도 여러 개의 돌멩이나 쇠붙이 같은 흠집이지 않습니까? 몰지각한 사람들이 꼬리부분 맞추기 놀이를 한 것 같은데 cctv는 확인하셨나요? 차후방지를 위해서라도 따끔한 제재가 필요할 것 같네요. 어쨌든 수리는 해드리죠.”관계자는 머쓱하여 사무실로 들어간 뒤, 잠자리 동상 바로 밑에서 금속을 녹여 최대한 그전에 색상과 한 몸이 되게 심혈을 기울었다. 표현봉 조각가의 눈빛이 꼬장꼬장하게 살아났다. 이삼일 걸린다고 생각하고 나선 출장길이었지만 하루 만에 집에 들어가니 왠지 시원섭섭했다. 곤충생태 공원은 비 올 것 같은 조짐뿐이었지만 이곳은 제법 세차게 내리고 있었다. 우산을 갖고 가라는 표현봉 조각가의 말을 정중히 거절하며 오랜만에 택시를 탔다. 골목길을 걷는 운치는 없지만 이 정도의 빗줄기에 젖지 않은 옷으로 들어가 본 것이 언제였는지 기억이 나지 않았다. 서화인에게서 전화가 왔다. 오늘 올 줄 알았을까. 반갑게 전화를 받았다. “잘 들어!”대뜸 남자 목소리가 서화인의 전화기에서 들렸다. 불길했다. “뺑소니 운전자야. 겁때가리 상실한 니 여자가 터무니없는 돈을 요구하며 나를 찾아 왔길래 손 좀 봐주려고 잘 모셔뒀지. 물론 돈을 받기 위해선 신고도 하지 않았겠지만, 니 여자 살리려면 더더욱 신고는 꿈도 꾸지 말았으면 좋겠어. 큰길 강변 다리 밑이야. 올 수 있겠지? 아 글쎄, 이렇게 장대비가 내리는데 혼자 협박한 돈을 받으려고 나오는 니 여자가 옳은 정신일까. 아무튼 빨리 와. 내가 어떻게 할 지 모르니까.”전화를 끊고 마음이 급해진 나는 택시 운전수에게 강변다리 위치를 알려주었다. 전화를 받자 빗속에서 목적지를 바꿀 만큼, 다급함을 읽어달라는 간절함은 있었지만 최대한 내색은 하지 않고 다리 밑으로 내려가는 강변에 내려 큰 호흡으로 안정을 찾고 싶었다. 몇 발짝 내려갔을까. 발걸음을 세우는 목소리가 있었다. 텐트 족들로 붐빌 다리 밑이었지만 날씨 탓인지 아무도 없었다. 다리 기둥 뒤에서 시야가 흐렸지만 불쑥 사람의 모습이 나타났다. 하물며 너풀너풀 손짓으로 부르고 있었다. 흠뻑 젖은 내 몸은 그쪽 방향으로 옮겨가고 있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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