깡마른 여자(2)약간 헛웃음은 나왔지만 이런 류의 젊은 여자들이 가진 특유의 판단과 확신에서 빚어지는, 그들만의 해석이라고 읽어주었다. 허긴 BTS 공식 팬클럽 아미로 판단되어지는, 어느 한구석만이라도 내 몸에서 푸르게 비춰진 것일까. 내년이면 노령연금 수령자가 될 나이이기에 은근히 싫지는 않았다. 어쩌면 주변 환경에 의해 공통분모 찾기에 성공해야만 안심이 되는 성향의 여자일지 모를 일이었다. 자신의 센티함을 배가시키기 위해 해당사항이 절대 없는 내게, 아무렇게나 던진 인사치레로 받아들였다. “혹시 이름을 물어 보시려고 하시진 않나요?”여자의 말에 이번에는 재미있는 게임을 하듯, 미소로 대답했다. “순서가 틀렸어요. 이 근방에 사는 것이 먼저 궁금하고, 우로지 생태공원에 자주 나오는 것이 두 번째가 될 것 같은데요.”“제 이름이 특이하다는 말을 너무 많이 들어서 이름부터 공개하고 다음으로 넘어가고 싶어요. 혹시 이름이 궁금하지 않으세요?”볼 빨간 사과처럼 여자의 얼굴이 주홍빛으로 두런두런 거렸다. 슬쩍, 우로지 속에 담긴 노을에 눈길이 갔다. 이내 사정없이 후려치는 저녁기운을 말없이 받아주면서 하루를 달래는 저 노을은 사뭇 바쁘고 뜨겁고, 허리춤에서 울컥 눈물이 고여 들게 하였다. 고개를 돌리지 않은 채 여자의 말에 반응을 보여주었다.“이름이 궁금하네요. 이것도 인연이라면 알고 싶어요.”“수피아!”“수피아? 이름에서 향기가 나네요. 숲의 요정이라는 뜻도 아마 내포되어 있겠군요.”여자가 방긋 웃었다. “아저씨는 이 근방에 사세요? 이곳에 자주 나오나요?”내가 하려든 질문을 역으로 던진 여자의 표정은, 하루를 마감하는 노을과 상관없이 동글동글 빛이 나고 있었다. “이 근방에 살지만 자주 오진 못해요. 게으름 탓이라고 결론을 내려도 지나치진 않아요, 거기다가 활동범위가 줄어드는 나이 탓이라 해도 틀린 말은 아니겠죠.”“전 이 근방에 살진 않아요. 이곳에 도착하기 위해 사막을 건너왔어요.”시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사막을 등장시킨 거라 생각하면서 더 이상 묻지 않았다. 짧은 만남이지만 묻지 않아도 대답해줄 것 같은 여자의 성향이 파악되고 있었다. 일제히 푸른 가로등이 켜졌다. 생태공원이 들썩거렸다. 혼자 나왔거나, 삼삼오오 짝을 이루어 나왔거나 상관없이 비교적 관대하게 음률을 타는 시간이 어둠과 뒤엉켜 있었다. 우로지 물소리를 누가 만지는지 수시로 첨벙거렸다. 여자가 뾰족한 나뭇가지를 꺾어 아무렇게나 잔디밭에 팔매질을 했다.   속으로, 나뭇가지가 뿌리를 뻗어 훌륭하게 활착했으면 하는 어설픈 바람도 기원했다. 여자가 주위를 한번 살피면서 내게 가까이 다가앉았다. 괜히 긴장했고 마른 입안을 혀로 적셨다. 입술도 삐죽 내밀었다. 여자는 딱 거기까지에서 멈췄다. 그런 의도가 아니었던가보다. 서로의 의도가 어긋났다고 해도 얼굴 붉힐 필요가 없는 어둠이 종아리 근처에 깔려있었다. 방향전환을 위해 새삼 여자의 말을 상기시키지 않을 수 없었다. 가만히 놔둬도 설명해줄 것 같지만, 어쩔 수 없이 사막을 끄집어낼 수밖에 없었다. 이야기의 맥이 끊어지면 여자와 헤어질 것만 같았다.“너무 비현실적인 딴 세상 같은 이야기에 동조해주는 것은 아닌지 모르지만 아까 얘기한 사막이 궁금해지기 시작하네요.”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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