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초 지역 역사박물관 등록된 영천역사박물관은 영천의 선사시대부터 현대까지의 역사를 다룬 유물과 전시물이 배치되어 있는 전시, 교육 전문 박물관이다. 영천역사박물관 설립자인 지봉 스님은 영천 지역 역사에 초점을 두고 관련 자료를 수집하여 현재 4만여 점의 지역 역사 중심의 문화유산을 수집해 연구하고 있다. 영천역사박물관의 대표 소장유물로 세계 최초 상업용 일간신문 경상북도 유형문화재 민간인쇄조보(521호 등재) 등 지역의 유적과 유물을 통해 영천의 전통과 생활상을 알 수 있도록 다양한 전시와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본보는 영천역사박물관과 함께 위대한 지역문화유산을 소개한다.[편집자주] - 영천역사박물관 ‘영일정씨’ 역사문화전시회 - 영일 정씨 며느리 풍천 임씨(豐川 任氏 1735~1761) 이야기 - 영천 임고면 선원리 환고정사(環皐精舍) - 영일 정씨 집안의 전염병에 대한 대처 방법 - 임고면 매곡은 전염병의 방역지 ‘피두지’조선후기 여성들의 이야기는 가려지거나 덮여지는 삶을 살아왔다. 그래서 여성에 관련된 기록은 흔하지 않다. 특히 성리학적 사회 구조 속에서는 더 감추어진다.영천지역에서 발견되는 서지류 가운데서 남성 중심의 ‘애감록’은 각 집안마다 전해 내려오고 있어 가끔은 볼 수 있다.그러나 영천역사박물관 ‘영일 정씨’ 전시회에서는 조선 1761년 오천정씨 며느리의 ‘애감록’이 공개된다.이 애감록의 주인은 영천의 명문가의 한 일원인 오천정씨 정하준의 부인 풍천 임씨와 남양 홍씨의 상에 관한 기록으로 문상한 날 조문객의 성명과 거주지, 부의품 내역, 제문 등이 기록되어 있다.두 며느리의 부군인 교와 정하준(鄭夏浚)은 영조14년 1738년에 태어나 순조19년인 1819년에 돌아가셨다.부친은 학고 정일진, 조부는 정중선 증조부는 선전관(宣傳官) 정석조(鄭碩祖), 고조부 정시교이고 4대조는 정호례이다. 매산 정중기 문인이다.첫째 부인은 풍천임씨로 27살의 젊은 나이에 유명을 달리하게 된다. 사망의 원인을 ‘애감록’에서 정하준의 제문을 통해 살펴볼 수 있는데“.....客嵗之冬 扶病歸寧 不意癘祲 忽犯萱堂 痛結終天 號擗欲絶...”“...작년 겨울 병든 몸으로 친정에 가서 부모님을 뵈었는데 뜻하지 않게 전염병에 걸려 애통하게 생을 마감하니 슬프게 곡한다.” 라고 기록되어 있다.이 글의 내용으로 보아 친정에 부모님을 찾아뵙는 과정에서 전염병이 옮은 것으로 보인다, 사망의 원인을 전염병으로 알 수 있다.‘애감록’ 제문의 기록을 분석해 나타난 전염병 관련 한자는 이질이라는 질(疾), 천연두의 두(痘)와 두진(痘疹), 전염병을 뜻하는 려(癘) 등이다. 풍천 임씨의 사망원인도 전염병이 려(癘)라고 제문에 밝혀두었다.첫 번째 부인이 돌아가실 당시 상황을 교와 정하준은 제문에 이렇게 기록을 하고 있다.“我患滯疾 寄寓山菴 閱月調治 月前尋棲 餘勢未已 留喪淺土 又難經冬 力疾經紀 占宅密邇 窀穸已啓......”“(정하준)내가 설사병으로 산속 암자에서 한 달을 넘겨 조리하다가 살던 곳을 살펴보니 (전염병의) 세력이 그치지 않았다. (풍천 임씨)상을 치르지 않고 임시로 매장하였는데 겨울을 넘기기 어려우니, 병을 무릅쓰고 계획을 세워 무덤 자리를 잡고 관을 넣을 구덩이를 팠다.” 풍천 임씨의 장례를 치루지 않고 가매장을 했을 만큼 전염병이 치성한 것을 알 수 있다. 정하준은 전염병을 피하여 있다가 부인 풍천임씨의 사망소식을 듣게 되었다. 전염병으로 사망한 부인의 초상은 사망 후 약 8개월이 지난 뒤에 치렀던 것으로 보인다. 이런 상황으로 볼 때 『애감록』이 기록된 시기는 전염병이 완전히 소멸되었다고 보기 어려운 시기로 전염병의 소멸과 발병이 복합적으로 이루어진 시기라 할 수 있다.풍천임씨의 상은 신사년(辛巳年, 1761년) 3월 5일 초상(初喪)에서부터 그해 3월 8일 성복(成服), 10월 29일 하관(下官), 임오년(壬午年, 1762년) 1월 5일 연사(練祀), 그리고 그해 3월 5일 대상(大祥) 까지 5회의 조문객의 성명과 거주지, 부의품 내역, 제문 등을 기록하고 있다. 부조물은 성복(成服) 때를 제하고 4회의 제사 때의 것만 기록되어 있다. <‘애감록’ 이야기는 다음에도 이어집니다.>경상북도박물관미술관협의회 사무국장 남애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