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 풍년에도 쌀농가 한숨’. 이 비슷한 제목의 뉴스가 자주 뽑혀서 올라옵니다. 웬만한 농산물은 농사를 너무 잘 지어도 가격 하락에 밭을 통째로 갈아엎는다는 뉴스를 봤을 겁니다. 지금은 좀 안정화되는 모양새지만 우리 지역의 특산물인 마늘도 과거 그런 일이 비일비재였습니다.거의 매년 이런 일이 일어납니다. 농산물 가격 폭락은 농산물 수입과 더불어 농민들의 생산량 증가 때문입니다. 풍년이 되면 농산물 값이 크게 떨어져 오히려 농민들의 가슴만 타들어 가는 ‘풍년의 역설’이 자주 발생합니다.농사를 잘 지어 생산량을 늘리는 것은 농민의 보람이지만, 모든 농민이 다 농사를 잘 짓는다면, 농산물 가격이 폭락해 모든 농민에게 재앙이 될 수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이런 이치를 가리켜 ‘구성의 오류’라고 부릅니다.구성의 오류는 부분에 대해 말할 수 있는 것을 전체에 부당하게 적용하거나 개별적인 요소에 해당되는 것을 집합 전체에 부당하게 적용하는 것입니다. 말이 어렵나요. 개인에겐 가장 합리적인 의사결정일지언정 전체로 보면 합리적이지 않은 결론에 도달하게 되는 상황을 그렇게 부릅니다. 경제학자 존 메이너드 케인스가 말한 ‘절약의 역설’이 좋은 예인데요, 개인이 소비를 줄이고 절약을 늘리면 부유해질 수 있지만, 모든 사람이 다 그렇게 절약을 하면 총수요가 감소해 국가 전체 관점에서는 해악이 될 수 있다는 논리. 개인적으로는 타당한 행동을 모두 다 같이할 경우 전체적으로는 부정적인 결과가 초래될 때 쓰는 말입니다.우리가 흔히 ‘지역 발전’이라고 말하면 긍정적인 이미지로 다가옵니다. 지역에 도로가 새로 깔리고 산업단지가 조성되고, 고층 아파트가 들어서면 주민들은 지역이 발전한다도 여깁니다. 그러나 그 발전이 진정 누구를 위한 것인지, 또 얼마나 많은 이들에게 실질적인 이익을 주는지를 눈여겨볼 필요가 있는 것이죠. ‘지역공간’의 발전이 반드시 ‘사람’, 특히 ‘지역주민’의 발전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라는 이야기입니다.현실에서는 지역의 외형적 변화가 빠르게 일어나지만 그 혜택이 온전히 지역 주민들에게 골고루 돌아가는 경우는 드물다는 것이죠. 행정기관이나 기업이 중심이 되어 대규모 개발을 추진하면, 결과적으로 외부 인구 유입은 늘지만 기존 지역주민들은 새로운 변화에서 소외되기 쉽습니다. 특히 고령층이나 저소득층 주민은 정보 접근의 제약이나 직업 재교육의 기회 부족 등으로 인해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고 배제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기득권이나 정보 접근력이 좋은 일부 계층의 사람들만 혜택의 과일을 따먹지만 나머지 사람들에겐 소리없는 선의를 기대할 수 밖에 없고 빛좋은 개살구 처지의 사업에 지나지 않습니다.또 지역 개발로 인해 토지 가격이나 생활 물가가 상승하면 오히려 기존 주민들은 경제적 압박을 받게 되고, 지역에서 떠밀려 떠나기도 합니다. 지역경제 문제와 연계해서 보면, 일부 혹은 일시적인 개선이 전체 혹은 장기적인 이익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착각, 그것이 바로 구성의 오류입니다. 예컨대 지역에 대형 쇼핑몰이 들어선다고 하면 몇몇 자영업자에게는 기회가 될 수 있지만, 동네 상권은 오히려 침체되고 소상공인들의 생존은 위협받게 됩니다. 지역 전체가 발전한 것 같지만 다수 주민 삶이 오히려 나빠질 수 있다는 것이죠.더 큰 문제는 이런 오류가 지속적으로 반복된다는 점입니다. 대규모 개발을 통해 땅값이 오를 것이라는 기대, 외지인의 유입으로 상권이 살아날 것이라는 희망은 일부 주민들에게 발전에 대한 환상을 심어줍니다. 하지만 정작 지역사회 공동체의 지속 가능성은 간과됩니다. 우리가 잃고 있는 것은 돈이 아니라 ‘관계’이고 ‘문화’이며 ‘삶의 기반’입니다. 이에 대한 해결책은 단순히 개발을 하지 말자는 것이 아닙니다. 지역공간의 변화와 함께 지역 주민의 발전을 병행할 수 있는 방향으로 정책을 이끌자는 것입니다. 따라서 정책 입안자들은 이런 현상에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