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지하다시피 우리나라는 1990년 지방자치제도가 부활 된 이후, 1995년 기초단체장의 정당 공천제를 도입했고 2006년부터는 기초의원까지 정당 공천제를 시행하고 있습니다.1995년 6월 주민들이 직접 자치단체장을 뽑으며 본격적으로 지방자치 시대가 막을 올린 지 이제 30년이 된거죠. 그동안 지자체들은 과거 ‘관선 단체장 시대’에는 상상하기 어려웠던 지역 밀착형 행정서비스를 도입, 주민 삶의 질을 높이고 인프라를 확충해 지역 발전을 견인했습니다. 또 지방자치 전에는 1, 2년마다 바뀌던 관선 단체장이 재선을 통해 최대 12년까지 재임할 수 있게 되면서 중장기 비전을 갖고 지역의 발전을 계획하고 이뤄낼 수 있는 바탕을 만들었습니다.민선 지방자치 30년을 이어오면서 지역 행정서비스의 질은 크게 높아진게 사실입니다. 지자체 예산도 1995년 42조 원에서 올해 326조 원으로 8배 가까이 늘어났습니다. 하지만 지자체의 재정 충당 능력을 보여주는 재정자립도는 1997년 63%에서 올해 48.6%로 오히려 낮아졌습니다. 또한 국회의원들이 지방의회 의원의 공천에 절대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면서, 지방의원들이 주민들 눈치보다 오히려 해당 지역 국회의원의 눈치를 살피는 현실도 전혀 개선되지 않고 있습니다.재정자립도가 낮다 보니 지자체들은 필요한 재원을 지방교부세 등 중앙정부의 보조금에 기대고 있는 실정입니다. 우리나라 전체 지자체 중에 기본 인건비조차 지급하기 어려울 정도로 재정이 부실한데가 절반 가까이 됩니다. 이런 지역에선 보조금이 삭감되면 진행 중인 사업조차 중단해야 할 처지입니다. 그러다보니 오로지 중앙정부에만 목을 매지 않을 수가 없는 지경입니다. 그렇지 않아도 빠듯한 지자체 예산을 효율적으로 쓸 수 있도록 심의하고 감시하는 것이 지방의원들의 할 일입니다. 하지만 소속 정당의 이해관계에 따라 실제로 제 역할을 못 할 때도 많습니다. 우리 지역은 아니지만 일부 지역에선 의회가 집행부와 같은 정당 소속인 단체장을 전혀 견제하지 못하면서 ‘단순 거수기’로 전락한 경우도 많습니다. 이런 이유로 기초의원만이라도 정당공천제를 폐지하자는 법안이 국회에서 여러 번 발의됐지만 번번이 흐지부지됐습니다. 지역에서의 영향력을 조금이라도 잃지 않고 그들의 꼬붕으로 만들어 부려 먹으려는 국회의원들 이해관계가 깊이 작용한 탓입니다. 하긴 그들이 법을 주물러 대니 어쩔 수 있겠습니까.물론 전적으로 중앙정부나 국회의원 탓만 할 것도 아닙니다. 단체장 치적 쌓기를 위해 이곳저곳 지자체에서 만든 보여주기식 공공건물 등은 낮은 이용률에 지방재정에 부담만 주고 있지 않습니까. 전국에서 열리는 비슷비슷한 내용의 지역축제도 마찬가집니다. 경제적 타당성을 따져야 하는데 단체장의 치적과 홍보가 우선인 경우가 많습니다. 낭비를 걷어내고 단체장과 지방의회가 일체가 돼서 기업 유치 등에 발벗고 나서지 않으면 진정한 분권은 꿈도 꾸기 어려운 일입니다. 지방이 자율성과 활력을 갖춰야만 지역 주민들의 삶을 구석구석 살피는 밀착 행정을 펼칠 수 있을 것입니다. 중앙에 권한과 재정이 집중되는 지금의 구조로는 수도권 쏠림과 지역 불균형 심화를 절대 막을 수 없습니다. 여기에 더해 진정한 자치분권 강화를 위해서는 지방의회 기능과 위상 제고를 위한 독립 법률인 지방의회법 제정도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아울러 법 제정뿐만 아니라 의회가 직접 주민 의견을 청취하고 정책을 반영할 민원과같은 기구를 설립하는 등 다양한 방식으로 지방자치의 영역을 확대해야 할 것입니다.지방의회도 2022년도 지방자치법 개정으로 인사권은 독립됐지만 여전히 예산편성권이나 조직권, 감사권 등 핵심 권한은 지자체의 몫으로 남겨져 있습니다. 이 미완의 지방의회 독립을 완성하기 위한 가장 중요한 열쇠는 지방의회 구성원들 스스로가 역량을 키우고 시민들의 탄탄한 신뢰를 얻는 데 있다고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