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천의 공직 사회와 관가에 봄바람같은 여풍이 가득 자리하고 있다. 오랜 세월 남성 중심으로 짜여 있던 지역 요직의 지형도가 눈에 띄게 달라지고 있다. 영천경찰서 김미향 서장, 영천교육지원청 신봉자 교육장을 비롯해 한국농어촌공사 영천지사장, 경주세무서 영천지서장, 국민건강보험공단 영천지사장,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 영천지사장, 성운대 총장, 그리고 시정의 살림을 총괄하는 최정애 부시장까지, 치안·교육·농업·세정·의료·산업·대학·행정을 아우르는 지역 핵심기관 곳곳의 수장 자리를 여성 리더들이 잇달아 채우고 있다. 이는 단순한 성비의 변화가 아니라, 오랜 실무 경험과 검증된 역량이 마침내 유리천장을 걷어낸 결과로 평가받아 마땅하다. 이렇도록 눈부신 활약을 펼치는 가은데서도 정작 지역 여성의 목소리를 대변해야 할 영천시여성단체협의회는 정반대의 길을 가고 있다. 열여섯 개에 달하던 회원 단체는 지난해부터 이어진 도미노식 탈퇴로 열세 개까지 줄었고, 회장의 소통 부재와 자질 논란은 취임 초기부터 꾸준히 제기돼 왔다는 소식이다. 회원들의 문제 제기를 위한 연락마저 수신거부와 메시지 차단으로 막혔다는 증언이 이어졌고, 어렵게 성사된 징계 표결마저 당사자가 참여한 채 가부 동수로 처리되며 절차의 정당성 논란까지 더해졌다. 소속 일부 단체가 추가 탈퇴의 뜻을 표한 가운데 총무와 재무 등 핵심 임원들의 잇단 사퇴 선언은 조직 내부의 균열이 더는 봉합하기 어려운 수준에 이르렀음을 보여준다. 소통과 연대를 앞세워야 할 단체가 정작 내부에서부터 불통과 반목을 자초한 셈이니, 이를 지켜보는 지역 사회가 느끼는 기대 이하의 실망감은 이만저만 클 수밖에 없다.영천을 이끄는 여성 리더들의 성취가 결코 거저 주어진 것이 아니듯, 여협의 위기 역시 하루아침에 생긴 일이 아니다. 그렇기에 해법도 임기응변식 봉합이 아니라 근본적 쇄신이어야 한다. 회장을 포함한 지도부는 제기된 의혹에 피하지 말고 정면으로 답하고, 절차의 공정성부터 바로 세워야 한다. 당사자가 자신의 거취를 가르는 표결에 참여하는 관행은 상식적으로도 옳지 않다. 지금이라도 정관(회칙)과 의사결정 구조를 투명하게 정비하고, 탈퇴한 단체들이 돌아올 수 있는 명분과 통로도 함께 고민해야 한다.밖에서는 여성 리더십이 영천의 새로운 자산으로 떠오르고 있다. 각계 기관장들이 섬세한 소통력과 유연한 추진력으로 조직을 이끌며 새로운 행정 문화를 만들어가는 모습은, 역설적으로 여협이 지금 무엇을 잃고 있는지를 선명하게 비춰준다. 이 흐름과 발맞추려면 여협부터 뼈를 깎는 자기 혁신에 나서야 한다. 조직의 존재 이유가 회원 개개인의 권익과 연대에 있음을 되새기고, 낡은 관행과 결별하는 용기를 보일 때다. 남은 임기 동안이라도 지도부가 진정성 있는 소통에 나선다면, 흩어졌던 회원 단체들이 다시 발걸음을 돌릴 여지는 충분하다. 갈등을 봉합하는 미봉책이 아니라 구조 자체를 다시 짜는 근본적 쇄신만이, 여협을 영천 여성 시대의 이름에 걸맞은 구심점으로 다시 세울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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