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기체(有機體) 설과 성주괴공(成住壞空)인간의 인식과 사고가 조금씩 진화하는 과정을 1차원에서 5차원까지 생각해봅니다. 먼저 점(点)에서 시작하지요. 점과 점을 잇는 것이 선(線, 직선 또는 곡선)이고 선의 집합이 평면(平面) 위에서 형(形)이나 원(圓)이 됩니다. 평면이 겹치면 입체(立體), 즉 피라미드 같은 4면체나 6면체 또는 구(球)가 되지요. 여기까지가 1차원에서 3차원의 세계입니다. 즉 공간(空間) 개념인 것이지요. 여기에 시간(時間) 개념이 추가된 것이 4차원입니다. 뭐가 빠졌을까요? 바로 생명입니다. ‘살아있는 시공(時空)’이 5차원이 되는 것입니다.철학이나 사회과학의 인식이나 이론도 이와 같이 진화해 왔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비유해 보지요. 개체(Being)가 점이라면 관계(Relation)는 선입니다. 관계가 모인 것을 조직(Organization)이라고 하고 조직이 모여 체계(System)라고 합니다. 여기까지가 3차원의 공간 세계입니다. 여기에 시간 개념이 더해지면 4차원 즉 역사(History)가 되고 ‘살아 있는 역사’가 바로 ‘유기체의 역사’ 즉 5차원이 되는 것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조금 더 실감할 수 있게 사람을 넣어서 구체적인 예를 들어옵니다. 개인과 개인의 관계는 쉽게 인식되지요. ‘3강 5륜’이 대표적인 ‘관계의 윤리’입니다. 군신유의, 부자유친, 부부유별, 붕우유신, 장유유서가 원초적인 인간관계를 유교적으로 표현하고 있지요. 관계의 집합이 ‘가족(Family)’에서 비롯되는 사회적인 조직입니다. 혈연, 지연, 학연 등의 관계가 모여서 운명공동체나 이익공동체를 이룬다는 것이지요. 국가 (Nation)나 회사(Company)가 현대사회에 존재하는 대표적인 시스템입니다. 여기까지가 3차원, 여기에 역사가 추가되면 4차원이 되는데 이것을 생명이 있는 5차원 개념으로 진화시킨 것이 바로 ‘유기체설’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현대 경영학과 정책학의 흐름을 개관하면 조직의 통제가 완전하게 가능하다는 전제하에 합리성을 강조하던 것이 2차 대전 이전의 이론의 대세였다면 전후에는 구조주의(Structuralism)와 행태주의(Behaviorism)가 전면에 등장하면서 조직의 통제보다는 조직의 구조나 조직원의 행태가 주 관심사가 되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1970년대에 들어와서 모든 분야에 컴퓨터의 활용이 일상화되면서 학문과 이론도 종합적인 체계접근법(Systems Approach)이 대세가 되어 지속적인 발전을 거듭해왔다고 할 수 있습니다.‘원인요소가 입력되어 변환과정을 거처 산출결과가 출력되는 시스템’을 기본 모델로 하고 있는 ‘시스템 이론’은 주체의 본질보다는 주체와 환경과의 연관성이나 양자 간의 상호작용을 분석의 주 대상으로 하고 있지요. 그 바탕에 유기체 설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즉 어떤 주체이든지 ‘살아있다’는 유기체적 성격을 기본적으로 가지고 있다는 것을 전제로 이론을 전개한다는 것입니다. 다시 말하면 생명이 있는 유기체가 탄생이나 생성에서부터 성장, 변화, 쇠퇴와 소멸의 과정을 거치는 것처럼 전체적으로, 종합적으로, 역사적으로 분석한다는 것이지요.부처님의 제행무상(諸行無常) 원리에 입각한 역사 인식이 ‘성주괴공’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생물이든 무생물이든 부처님은 본래 구별하지 말라고 하셨지요. 그러나 생물 즉 유기체의 생멸 과정을 보면 이 법칙이 좀 더 쉽게 인식될 수 있습니다. 즉 “어디선가 생겨서 얼마 동안 머물다가 부스러져서 없어진다.”는 것이 그것입니다. 이 순환론적 역사 인식은 예외를 인정하지 않습니다. 개체이든 공동체이건 이 ‘성주괴공’의 예외는 없다는 것이지요. 다만 그 기간의 장단이나 번성하고 쇠퇴 하는 정도의 차이는 있을 겁니다.이제 10월 말, 중추를 지나 만추(秋)의 계절로 들어섰습니다. 이 조락(凋落)의 시간에 우리는 누구이고 무엇인지? 나의 과거와 미래는 어떤 것인지? 내가 몸담고 있는 조직이나 사회의 운명은 어떻게 진행될 것인지? 유기체 설과 ‘성주괴공’의 법칙을 조용히 한번 음미해보는 것 은 어떨지요. 좀 더 촌스럽지 않습니까? 1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