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에 살다가 시골살이를 하려고 귀농·귀촌하는 이들에게 원주민들이 마을발전기금(주민 가입비)을 요구해 이를 둘러싸고 지역 주민과 귀농·귀촌인 간의 갈등이 지역에서 심심찮게 발생하고 있다. 이는 귀농·귀촌 뿐만아니라 농촌 전입을 막는 장애물의 하나로 여겨져 제도적 정비가 요구되는 상황이다.이같은 사실은 최근 골프장이 들어설 예정인 북안면 일부 지역 마을에서 골프장 건설업체가 제공한 ‘지원금’을 배분하는 과정에서 드러났다.영덕에 살다가 약 1년전 북안면 A마을로 이주를 원했던 B(70대)씨는 마을 이장을 만나고서 귀촌할 마음이 싹 사라졌다고 했다. 마을 이장이 속칭 ‘마을 가입비’ 100만원을 요구하고 나선 것이다. B씨는 “아직 이런 관행이 있을 줄은 몰랐는데 사전에 알았으면 여기에 집을 살려고 생각을 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형편이 여의치 않아 50만원만 내겠다고 했더니 안된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전입지원금이라며 20만원 주는 것은 뭐고 100만원 따로 내라고 하느냐”고 반문했다.B씨는 여태 돈을 내지않고 이 마을에 살다가 최근에서야 아들의 권유로 ‘마을 가입비’ 100만원을 내고자 마음먹고 이장을 찾아갔다. 그러나 또 거절당했다. 이장은 최근 마을 인근에 들어서는 골프장 관련 업체가 마을에 손해를 끼칠 수 있는 부분에 대해 금전적인 보상 격으로 지원금을 주었는데 일부는 적립하고 일부는 마을 주민들게 나누었다고 했다. 그런데 B씨는 해당이 되지 않는다고 하면서 꼭히 할려면 마을기금이 늘었으니 350만원을 내라고 요구했다는 것이다.이 돈은 내지 않아도 상관은 없지만, 마을 주민들이 농한기에 여행을 갈 때나 경로잔치 같은 마을 행사에 참여하지 못하는 등 사실상 마을에서 왕따를 당하는 수모를 감수해야 하고 마을 정착이 힘드는 것으로 파악된다.마을 사람들의 입장은 다르다. 오랜 세월 마을을 지키며 온갖 민원을 해결하고, 길을 넓히며 상수도를 설치하고 나무를 심고 전기도 끌어들여 살기 좋은 마을로 만들어 놓은 마을 자치 규약에 의한 관례라는 입장이다. 마을 주민 C씨는 “어렵게 이뤄놓은 마을에 살기좋다고 아무런 기여없이 전입하는 사람이 맨입으로 집을 짓고 그냥 살려고 할 수 있느냐”면서 “이 돈은 경로잔치나 주민 나들이 등 행사 때 쓰이는 것으로 도시의 아파트 관리비와 비슷한 개념으로 봐달라”고 설명했다.시민들 의견은 갈린다. 먼저 전입자측은 이런 텃세로 원주민과 귀촌자 사이에 갈등 관계가 발생해 은퇴 후 행복한 시골살이를 바라던 귀촌자의 의지를 꺾고 가뜩이나 사람없는 농촌을 더 어렵게 만든다고 지적한다. 반면에 원주민들은 시골에도 사람이 살고 수십년간 마을을 가꾸기 위해 노동력과 노력, 비용이 들었고, 마을을 운영하려면 자금이 필요한데 회비 정도로 이해해 달라고 말했다.아직 관행적으로 마을발전기금을 요구하는 마을이 완전히 없어진 건 아니다. 취재 결과 북안면에만 해도 상당수 마을에 이같은 관행이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주민들은 마을이 사라지기 직전인 농촌마을을 살리기 위해서는 이런 관행을 없애기 위해 조례 개정을 통해서라도 ‘마을발전기금’ 문제에 적극 대응하고, 귀농·귀촌 활성화로 이어지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마을발전기금 강요 문제는 귀농·귀촌을 막는 주요 장애물 중 하나로도 꼽힌다. 따라서 이런 폐단을 막기위해 지자체 차원의 제도 정비에 나설 필요가 있어 보인다. 행정관계자는 “‘마을발전기금’에 대해 마을 텃세라며 비판하거나 원래 마을을 바꾸려고 들면 일이 어려워진다”면서 “규약은 법적인 효력은 없더라도 마을 전체가 합의한 내용으로 왜 그런 규정이 생겼는지 이해하려는 마음이 필요하다”고 말했다.그러면서 “실태 파악과 아울러 정식 공문으로 행정지도에 나서겠다”고 덧붙였다.최병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