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임란영천성수복전투’ 기념일입니다. 434년전인 1592년 음력 7월의 오늘, 임진왜란의 참화 속에서 육지 최초로 읍성을 탈환하며 조선의 산하를 지켜낸 위대한 승전이 있었습니다. 바로 무인 권응수의 대담한 용맹과 선비 정세아·정대임의 숭고한 결단, 그리고 이름 없는 3,500여 창의정용군 의병들의 피와 땀이 어우러져 일궈낸 역사적 쾌거였습니다. 이 승리는 단순히 왜군의 보급로를 끊은 군사적 성과를 넘어, 나라의 존망이 풍전등화에 처했을 때 민관이 하나 되어 일궈낸 호국 정신의 정수라 평가받습니다.그러나 안타깝게도 거룩한 승전의 뒤편에는 수백 년을 이어온 아픈 그림자가 짙게 드리워져 있습니다. 전투 직후의 논공행상과 후대의 공적 기록을 둘러싸고 벌어진 문중간의 갈등은 현재도 여전히 수면아래서 진행중입니다. 당대의 어수선한 조정 포상 체계와 서원·문집 정리를 둘러싼 명예 겨루기로 시작된 이 알력은, 지금도 우리지역 사회 내부의 미묘한 갈등 요소로 작용하며 현재진행형입니다.지역은 역사에 비추어볼 때 그리 넓지 않은 공동체입니다. 수백 년 전 겪었던 역사적 갈등의 앙금이 여전히 지역 소통의 장에서 조용히 꿈틀거리고, 문중 간의 시각차로 인해 지역의 소중한 역사 자산이 온전히 하나 된 브랜드로 거듭나지 못하는 현실은 매우 안타까운 일입니다. 위대한 호국 역사를 품고서도 갈등의 프레임에 갇혀 이를 지역 발전의 동력으로 승화시키지 못하는 것은 조상에 대한 불충이자 미래 세대에 대한 방임입니다.역사의 진실은 어느 한 쪽의 독점이나 배타적 승리로 귀결될 수 없습니다. 정세아 선생이 나라를 위해 기꺼이 자신의 군대를 무과 출신의 권응수 장군에게 위임했던 대의명분, 그리고 권응수 장군이 뛰어난 지략으로 화공전을 성공시켜 성을 되찾은 과단성은 결코 분리될 수 없는 ‘하나의 역사’입니다. 문중의 시각에서는 저마다의 공적이 더 도드라져 보일 수 있겠으나, 지역 공동체의 대승적 관점에서는 두 선조 모두 고장을 구하고 나라를 일으켜 세운 자랑스러운 거목들입니다.이제는 묵은 갈등의 고리를 한칼에 끊어내야 할 때입니다. 영천이라는 한 울타리 안에서 언제까지 과거의 공적 다툼만 되풀이하며 지역 발전을 저해할 수가 없습니다. 하루라도 빨리 양 문중의 어른들과 지역의 지식인, 문화계 및 학계의 선각자들이 한자리에 모여야 합니다. 숨기거나 회피할 것 없이, 역사적 사실을 객관적이고 공정하게 공론의 장으로 끌어올려 대화해야 합니다.이 공론화 과정은 결코 어느 한쪽의 손을 들어주거나 잘잘못을 가리는 단죄의 자리가 되어서는 안 됩니다. 역사의 다양성을 인정하되, 두 문중의 양보와 헌신이 어우러져 비로소 영천성 복성이라는 위대한 결과가 탄생했음을 상호 승인하는 ‘성숙한 합의’의 자리가 되어야 하겠습니다. 서로의 공헌을 기꺼이 높여주고, 당시 선조들이 보여준 한마음의 초심으로 돌아갈 때 비로소 400년 묵은 갈등의 빙하가 녹아내릴 것입니다.지역 발전의 출발점은 내부의 화합입니다. 양 문중과 선각자들이 이끄는 상생의 합의는 분명히 영천의 미래를 바꿀 강력한 전환점이 됩니다. 갈등이 해소된 영천성 복성전투의 가치는 비로소 온전한 지역의 자부심으로 바로 설 것이며, 이를 바탕으로 교과서 등재는 물론 문화·관광 콘텐츠 개발과 호국 정신 교육 등 미래지향적 지역 발전 사업도 한층 탄력을 받을 수 있습니다.과거에 매몰된 도시는 앞으로 나아갈 수 없지만, 과거의 갈등을 화합으로 승화시킨 도시는 거침없이 미래로 도약할 수 있습니다. 선조들이 피로써 지켜낸 영천성 위에서, 이제 후손들이 해야 할 일은 분열의 벽을 허물고 대화와 화합의 탑을 쌓는 것입니다. 양 문중과 지역 선각자들의 결단력 있는 행보를 기대해 봅니다. 역사를 보듬고 미래로 향하는 우리의 새로운 여정은 바로 그 화합의 첫걸음에서 시작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즐겨찾기+ 최종편집: 2026-09-12 23:59:06 회원가입 전체기사보기 원격
트위터페이스북밴드카카오톡네이버블로그URL복사
동정
초대석
데스크 칼럼
가장 많이 본 뉴스
상호: 경북동부신문 / 주소: 경상북도 영천시 최무선로 280 / 정기간행물 등록번호 : 경북, 다-01264 / 등록일 : 2003-06-10
발행인: 김형산 / 편집인: 양보운 / 청소년보호책임자 : 양보운 / 편집국장: 최병식 / 논설주간 조충래
mail: d3388100@hanmail.net / Tel: 054-338-8100 / Fax : 054-338-8130
본지는 신문 윤리강령 및 그 실요강을 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