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 감소와 지방소멸 위기가 현실화하면서 영천시의 인구정책이 ‘등록인구 늘리기’에서 ‘생활인구 확대’로 방향을 전환하고 있다.주소지를 영천으로 옮기는 인구 유입만으로는 지역소멸의 근본적인 해법을 찾기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대신 관광과 체험, 교육과 여가, 일자리 등을 매개로 사람들이 지역에 머물고 소비하도록 만들어 지역경제에 실질적인 활력을 불어넣겠다는 전략이다.영천시는 올해 지방소멸대응기금 72억 원을 배분받았다. 행정안전부가 지정한 전국 89개 인구감소지역에 배분되는 기초지원계정 가운데 영천시에 배정된 금액이다.시는 이 기금을 활용해 생활인구 확대를 위한 다양한 사업을 추진하는 한편, 기존 사업의 집행률을 높이고 사업 완료 이후 실제 인구와 경제적 효과가 나타날 수 있도록 정책 성과관리에도 힘을 쏟고 있다.영천시의 새로운 인구정책에서 핵심은 ‘얼마나 많은 사람이 주소를 옮겼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많은 사람이 영천에 머물고, 다시 찾고, 지역에서 돈을 쓰느냐’에 있다.이를 위해 시는 전 부서를 대상으로 생활인구 연계 과제를 발굴하고 사업별 성과지표(KPI)를 설정해 추진 상황을 점검할 계획이다.오는 9월부터는 ‘생활인구 유입정책 발굴용역’에 착수해 영천의 지역 특성과 자원을 활용할 수 있는 구체적인 정책을 찾는다. 연말에는 우수사업을 선정해 시상하고, 2027년부터 부서별 전략과제를 본격적으로 추진한다는 구상이다.최근 열린 ‘영천형 생활인구 정책, 어디서부터 시작할 것인가’ 정책포럼에서도 지역의 관광·문화·교육·산업 자원을 생활인구와 연결하는 방안이 논의됐다.지방소멸대응기금을 활용한 사업들도 생활인구 전략에 맞춰 추진되고 있다.구) 고경중학교에는 ‘휴먼뮤지엄’이 조성되고 있다. 신중년을 위한 특화 교육공간으로 활용하는 한편 실내 스크린파크골프장과 운동장에는 9홀 규모의 파크골프장을 조성해 교육과 여가를 결합한 공간으로 만든다.구) 지곡초등학교 용구분교에는 ‘별마중 휴스테이’가 들어선다.유·아동을 대상으로 한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과 수목원 카페, 정원 등을 조성해 가족 단위 방문객이 머물며 쉬어갈 수 있는 공간으로 탈바꿈시킨다는 계획이다.금호읍 신월리에는 ‘신중년놀이터’가 조성된다. 향후 신중년센터로 활용해 재취업 지원과 취미·여가 활동을 지원하는 공간으로 운영할 예정이다.휴먼뮤지엄과 별마중 휴스테이, 신중년놀이터 등 주요 사업은 올해 12월 준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단순한 시설 건립에 그치지 않고 이들 공간을 지역의 체류와 소비를 유도하는 거점으로 어떻게 운영하느냐가 향후 성패를 가를 것으로 보인다.경북도 공모사업으로 추진되는 소규모 마을 활성화 사업도 생활인구 확대 전략에 힘을 보탠다.임고면 양항리에는 임고서원과 카페거리, 아름다운 숲을 연결하는 산책로와 쉼터가 조성된다. 역사문화 자원과 지역의 자연환경, 카페거리 등을 하나의 체류형 콘텐츠로 묶어 방문객이 마을 곳곳을 둘러볼 수 있도록 한다는 계획이다.화산면 가상리에는 미술관과 연계한 주민참여형 예술체험 프로그램과 특색 있는 야외 쉼터가 마련된다.영천시는 이 같은 사업을 통해 방문객의 체류시간과 재방문율을 높이고 지역 내 소비를 확대한다는 방침이다.특히 생활인구 정책이 단순한 ‘방문객 숫자 늘리기’에 그치지 않도록 체류시간과 숙박 여부, 지역 내 소비, 재방문율, 일자리 창출 등 실질적인 지역경제 효과를 함께 관리한다는 계획이다.영천시는 인구감소지역에 주어지는 각종 특례와 지원제도를 지역 발전의 지렛대로 활용한다는 방침이다.인구감소지역으로 지정되면 기업의 취득세·재산세 등 지방세 감면을 비롯해 재정·주거·교육·의료 분야의 다양한 특례를 적용받을 수 있다. 국공립어린이집 우선 설치나 산업단지 조성 및 기반시설 지원 등도 관련 법령과 사업 요건에 따라 가능하다.정부가 2026년 발표한 지방세 관계법률 개정안에도 인구감소지역 등에 대한 일부 지방세 감면 확대 방안이 포함돼 있어 향후 입법 절차와 실제 시행 여부에도 관심이 쏠린다.영천시는 올해 인구감소지역 재지정에 대비해 ‘인구감소지역 5년 단위 재지정 평가’ 대응에도 행정력을 집중하고 있다.전국 89개 인구감소지역 가운데 경북에서는 영천을 비롯해 문경·안동·영주·의성 등 15개 시·군이 지정돼 있다.결국 영천의 지방소멸 대응 정책은 ‘사람을 데려오는 것’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가 ‘사람이 머무는 도시’를 만드는 데 성패가 달려 있다.등록인구의 숫자를 늘리는 데 집중했던 과거의 인구정책에서 벗어나 관광객과 가족, 신중년, 체험객 등이 영천에서 시간을 보내고 지역의 일자리와 소비로 연결되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 핵심이다.영천시가 지방소멸대응기금과 각종 특례를 활용해 만들어가는 생활인구 정책이 일회성 사업을 넘어 지속 가능한 지역 활력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