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팔에 기록적인 대홍수가 발생한 지 어느덧 보름이 지났습니다. 인명 피해는 이미 사망자 1천여 명, 실종자 수천 명이라는 절망적인 수치에 이르렀고, 복구 비용만 40억~50억 달러(약 5조 4천억~6조 7천억 원)로 네팔 GDP의 10퍼센트에 이릅니다. 진흙더미 속에 묻힌 이들을 한 사람이라도 더 구해내려는 현장은 지켜보는 이들의 마음을 무겁게 짓누릅니다. 다만 이번 재앙의 본질을 볼려면 눈앞의 구조 작업만이 다가 아닙니다. 이 재앙의 정확한 원인은 아니지만, 빠르게 녹아내리는 히말라야의 빙하와 기후위기로 보는 전문가가 많습니다. 즉 비극적 붕괴의 굉음은 자연의 자발적 변덕이 아니라, 지구 전체를 향해 던져진 상징적이고도 절박한 경고 신호에 가깝습니다. 이번 대홍수의 책임은 히말라야를 터전 삼아 살아온 네팔 주민들만의 몫이 아닙니다. 인류가 누려온 과도한 소비와 자원 낭비로 쌓인 탄소 배출이 히말라야의 눈을 녹였고, 그 결과는 지리적으로 좀 가까이 있는 이들의 삶터를 휩쓸어 버리는 것으로 되돌아왔습니다. 우리 모두가 지구온난화에 일조해온 사람들임에도 결과는 그렇습니다. 우리는 흔히 기후위기를 이야기할 때 거창한 국제 합의나 정책적 담론부터 떠올립니다. 물론 국가 단위의 탄소중립 선언과 산업구조 개편은 필수적이지만, 그보다 더 본질적인 동력은 우리 일상의 소비 습관을 바꾸는 데서 비롯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매일 무심코 만들어내는 쓰레기, 온실가스를 과도하게 유발하는 대량 소비, 그리고 생각없이 버리는 음식물 하나하나가 결국 지구의 온도를 끌어올리는 땔감이 되어왔음을 인정해야 합니다. 네팔의 재앙은 더 이상 이웃의 비극이 아니라, 우리의 일상이 불러온 빚이라 해야 합니다.따라서 이제 우리는 삶의 방식을 근본부터 다시 짜는 실천적 일상이 필요한 때입니다. 가장 시급한 과제는 소비의 절제와 순환일 것입니다. 아껴 쓰고 나누어 쓰고 바꿔 쓰고 다시 쓰던 이른바 ‘아나바다’의 지혜는, 이제 단순한 경제적 미덕을 넘어 생존을 위한 윤리로 다시 읽혀야 합니다. 새 물건을 끊임없이 사들이고 쉽게 버리는 선형적 소비 구조에서 벗어나, 이미 존재하는 자원의 수명을 최대한 늘려 쓰는 순환적 삶으로 옮겨가야 할 때입니다.또한 매일의 식탁에서 발생하는 음식물 쓰레기를 줄이는 실천도 절실합니다. 음식이 생산되고 유통되며 버려져 부패하기까지, 그 전 과정에서 배출되는 메탄과 이산화탄소는 기후변화를 가속하는 주요 원인 가운데 하나입니다. 음식을 함부로 버리지 않는 작은 자제가 히말라야의 빙하를 지키는 온기가 될 수 있음을 분명히 새겨야 합니다. 불필요한 포장재를 거절하고 일회용품 대신 다회용품을 습관화하며, 탄소발자국이 적은 소비를 선택하는 지혜가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한 때입니다.지금은 진흙더미 아래에서 구조를 기다리는 이들을 위한 인도적 지원이 무척 중요합니다. 그러나 제2, 제3의 네팔 참사를 막기 위해 우리의 일상을 고쳐 세우는 자세야말로 진정한 연대이자 책무일 것입니다. 우리가 소비를 한 걸음 줄일 때, 히말라야의 거대 빙하가 녹는 걸음도 그만큼 더뎌질 수 있습니다. 문명의 편리함에 취해 지구의 비명을 외면해 온 지난날을 돌아보며, 이제는 우리 모두가 소비를 절제하는 실천으로 행동하는 양심을 보여야 할 시점입니다.향후 얼마나 크고 작은 재앙의 청구서가 우리 앞에 도착할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네팔이 흘리는 눈물을 바라보며, 이 비극을 멈추기 위해 지금 우리가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한번쯤 깊이 고민해야 하겠습니다. 작은 실천 하나가 당장 눈에 띄는 변화를 만들지는 못하더라도, 함께하는 실천이 쌓이고 쌓이면 지구는 비로소 숨을 돌리고 우리에게 미소를 보일 것입니다. 우리의 작은 절제와 선한 선택이 모이면, 그것이 틀림없이 내일의 히말라야와 우리 모두의 평화로운 미래를 지켜주는 열쇠라는 믿음과 확신을 가져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