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을 앞두고 영천시가 영천사랑상품권의 할인율을 기존 10%에서 15%로 상향해 특별판매하고 있습니다. 고물가와 고금리로 이중고를 겪는 서민들에게는 반가운 생활비 절감 소식이고, 매출 가뭄에 시달리던 골목상권에는 가뭄의 단비 같은 대책입니다. 그러나 이 반가운 단비 뒤에는 우리가 외면할 수 없는 씁쓸한 현실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지자체와 정부가 아무리 막대한 금액을 투입해 민생 지원금을 풀고 지역화폐를 발행해도, 그 돈이 지역 내에서 채 두세 번도 쓰이지 못한 채 눈 깜짝할 사이에 밖으로 새어 나간다는 점입니다.우리는 ‘지역소멸’을 말할 때 습관적으로 ‘사람’만을 생각합니다.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줄어들고, 청년들이 일자리를 찾아 떠나며, 마을에 고령의 어르신들만 남는 풍경이 가장 직관적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정작 과소화되는 것은 인구만이 아닙니다. 지역의 혈액이라 할 수 있는 ‘돈’ 역시 끊임없이 밖으로 빠져나가고 있습니다.대표적인 공범은 손가락 끝 하나로 모든 소비가 이루어지는 인터넷 쇼핑과 수도권 대형 플랫폼입니다. 지역 주민이 땀 흘려 번 소득이 밤사이 온라인 결제 버튼 몇 번에 서울의 대기업 본사 계좌로 순식간에 흘러들어가 버립니다. 지역 상점에서 온기가 돌기도 전에 자본이 수도권으로 직행하는 ‘역외 유출’의 고리가 공고해진 것입니다. 돈이 머물지 않는 지역에는 일자리와 기회 역시 사라지고, 결국 사람마저 다시 떠나게 됩니다. 사람의 유출과 돈의 유출이 서로를 부추기는 악순환의 톱니바퀴입니다.이 악순환을 끊어내기 위해 이제 우리는 질문의 방향을 바꿀 것을 조심스레 제안해 봅니다. 이제 “정부에서 예산을 얼마나 더 받아올 것인가”도 맞지만, “우리 지역에서 만들어진 돈을 어떻게 지역에 남겨 미래에 재투자할 것인가”를 물어야 할 때입니다. 그 해답이 바로 ‘지역순환금융’에 있습니다.지역순환금융은 단순히 지역 내 소비에만 머물지 않습니다. 지역의 소득과 소비가 지역 저축으로 이어지고, 그 저축이 다시 지역의 청년 창업이나 농업, 소상공인, 공동체 사업에 투자되어 일자리를 만드는 선순환 체계를 뜻합니다.일반 금융이 신용도와 담보, 당장의 수익성에만 눈을 둘 때, 지역순환금융은 단 하나의 질문을 더 던집니다. “이 돈을 투자했을 때 우리 지역에는 무엇이 남는가?” 당장의 높은 수익률은 아니더라도 청년을 고용하는 작은 향토기업, 지역 농산물을 활용하는 로컬푸드 마을기업, 어르신을 돌보는 사회적 협동조합, 빈집을 리모델링하는 청년 가게의 가치를 높게 평가하고 지원하는 것입니다.이를 위해 거창하게 새로운 금융기관을 만들 필요는 없습니다. 우리 곁에는 이미 주민들의 자금을 바탕으로 성장해 온 농협을 비롯한 은행, 신협, 새마을금고와 같은 지역 밀착형 금융조직들이 있습니다. 이들 금융기관과 지자체, 주민, 소상공인을 하나로 묶는 강력한 협력 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출발점입니다. 담보가 부족한 로컬 스타트업이나 마을기업을 뒷받침할 보증제도를 만들고, 융자를 넘어 회계·마케팅·판로 개척까지 돕는 ‘육성형 금융’으로 진화해야 합니다.주민들의 역할 역시 한층 능동적으로 변해야 합니다. 단순한 시혜의 대상이나 소비자에 그치지 않고, 지역 금융기관을 적극 이용하는 예금주가 되어야 합니다. 더 나아가 마을 태양광이나 지역 돌봄 사업에 소액으로 출자하며 지역 자산의 공동 주인이 되는 길도 열려 있습니다.돈이 머물지 않는 곳에는 사도은 뿌리내릴 수는 없습니다. 지역 주민의 소비와 예금이 지역의 단단한 자본이 되고, 그 자본이 청년의 꿈과 농촌의 미래를 키워내며, 그 결실이 다시 주민의 삶으로 되돌아오는 구조. 지역의 돈이 지역 사람을 살리고, 그 사람이 다시 지역경제를 일궈내는 선순환이야말로 우리가 그려야 할 지속가능한 미래가 아닐까요. 이러한 변화는 하루아침에 이루어지지 않지만, 작은 실천이 흐름을 바꿀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