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천시 중앙동의 한 아파트 단지에서 만난 중앙동새마을부녀회 서외숙(51) 부회장은 손사래부터 쳤다. “내가 한 일이 뭐 대단하다고…”라며 겸손해했지만, 그가 지난 11년 7개월간 걸어온 자취는 결코 가볍지 않다. 2014년 4월 중앙동 23통 부녀회 새마을지도자로 첫발을 내디딘 후 수거한 자원재활용품만 300톤. 나눈 김장 김치는 2,000포기에 달하며, 하천 정화활동 75회, 사회복지시설 봉사 37회, 교통안전 캠페인 54회 등 수치로 다 헤아리기 힘든 헌신을 이어왔다. 지난달 27일 경북도청에서 열린 제23회 새마을여인봉사대상 시상식에서 영예의 대상을 안은 그를 만나봤다. [편집자주]지난달 27일 경북도청에서 열린 제23회 새마을여인봉사대상 시상식에서 영예의 대상을 받은 것도 그동안 묵묵히 이어온 봉사의 결과다.그러나 서 부회장은 처음부터 거창한 사명감을 품었던 것은 아니라고 했다.“우리 동네가 조금만 더 깨끗해지면 좋겠다는 소박한 마음에서 시작했어요.”그의 손에 처음 잡힌 것은 폐비닐과 농약 빈병, 고철, 파지였다. 하나둘 모은 재활용품은 300톤이라는 기록으로 남았다. 더 중요한 것은 그 수익금의 쓰임새였다. 재활용품 판매로 마련한 돈은 새마을기금과 불우이웃돕기 성금으로 돌려졌다.“저에게 재활용은 환경을 지키는 일이면서 이웃에게 전할 나눔의 씨앗을 마련하는 일이었어요.”서 부회장이 가장 오래 이어온 봉사는 ‘김장 나눔’이다. 2014년부터 매년 연말이면 부녀회원들과 함께 김치를 담가 어려운 이웃들에게 전달했다. 지금까지 나눈 김장김치만 2,000포기다.특히 결혼이주여성들과 함께 김장을 담그며 이웃의 범위를 넓혔다.“김장을 함께 담그다 보면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나누게 돼요. 한국 문화를 알리는 것은 물론, 그분들이 지역사회에서 외롭지 않게 정착하는 데도 도움이 됐으면 했어요.”김장 한 번으로 어려운 이웃을 돕는 데 그치지 않고, 결혼이주여성들이 마을의 구성원으로 어울릴 수 있는 소통의 장까지 만든 셈이다.사람을 향한 그의 관심은 일상적인 봉사로 이어졌다. 매년 5월이면 마을 어르신들을 모시고 경로잔치를 열었고, 경로당을 찾아 청소와 위문활동도 했다. 나자렛집과 영천팔레스, 영천시종합사회복지관 등에서는 목욕과 배식 봉사를 이어갔다. 독거노인과 조손가정 등 복지사각지대의 이웃들에게는 쌀 300포, 연탄 1,000장, 라면 200박스를 직접 전달했다.그가 생각하는 봉사의 핵심은 ‘한 번의 도움’이 아니라 ‘지속적인 관심’이다.“어려운 가정에 한 번 물품을 전달하는 것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고 생각해요. 그 가정이 스스로 일어설 때까지 계속 관심을 갖는 것이 진정한 봉사라고 봅니다.”환경과 안전도 그의 관심 밖이 아니었다. 영천의 소하천을 깨끗하게 만들기 위해 75차례 정화활동을 펼쳤고, 별도의 환경정비 활동도 43회 진행했다. 스쿨존 속도 줄이기와 신호 지키기 등 교통안전 캠페인에도 54회 이상 참여했다.“장마철이면 하천에 쓰레기가 많이 떠내려와요. 그냥 지나칠 수 없었어요. 내가 사는 곳부터 깨끗하게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으로 계속하게 됐습니다.”11년이 넘는 세월 동안 새마을 지회와 협의회 활동, 각종 행사에도 빠짐없이 참여한 그에게 이번 대상은 결코 혼자 만든 영광이 아니다.“단언컨대 저 혼자 해낸 일은 단 하나도 없습니다. 늘 묵묵히 현장에서 발로 뛰어준 부녀회원들과 힘을 보태준 주민들이 있었기에 가능했어요.”큰 상을 받은 뒤에도 삶이 크게 달라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했다.“상을 받았다고 특별히 달라질 건 없어요. 아직도 제가 할 일이 많으니까요.”그의 봉사는 특별한 곳에 있지 않았다. 동네에 버려진 쓰레기를 줍고, 김치를 담그고, 어르신들의 손을 잡고, 도움이 필요한 가정을 살피는 평범한 일상의 작은 실천이었다.그 작은 마음들이 11년이라는 시간 동안 쌓여 오늘의 큰 상이 됐다.서 부회장은 앞으로도 지금까지 해왔던 것처럼 이웃과 마을을 따뜻하게 살피며 살아가겠다고 했다.“그저 지금처럼 이웃과 함께하면서 더 열심히 살고 싶어요.”대상 수상자의 말치고는 소박했다. 그러나 그 소박함 속에 11년 넘게 한결같이 봉사해온 사람의 진심이 담겨 있었다.이웃과 함께한 11년.그리고 서외숙 부회장은 말한다. 아직도 갈 길이 멀다고.